시진핑 '강경진압 지시' 후 실탄 발사…홍콩 '제2 텐안먼 사태' 치닫나

입력 2019-11-11 17:31   수정 2020-02-09 00:02


홍콩 경찰이 긴박하지 않은 상황에서 실탄을 발사해 시위를 벌이던 시민이 중태에 빠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제19기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강경 대응 방침을 공식화한 지 10여 일 만에 홍콩 시위 관련 사망·중상자와 잇따르고 있다. 홍콩의 정치적 불확실성과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홍콩증시와 주요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급락했다.

1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20분께 홍콩 사이완호 지역 시위에서 홍콩 경찰이 시위에 참가한 두 명의 시민에게 실탄 세 발을 발사했다. 경찰이 실탄을 쏘는 장면은 시위대의 페이스북 중계방송에 포착됐다.



영상을 보면 경찰은 도로 위에서 시위 참가자를 검거하면서 몸싸움을 벌이다가 복면을 쓴 다른 시위 참가자가 다가오자 그를 향해 실탄을 발사했다. 총에 맞은 시위 참가자는 바로 도로 위에 쓰러졌고 이 경찰이 쓰러진 시위자를 제압했다. 이후 이 경찰은 다가오는 다른 시위자를 향해 실탄 두 발을 더 발사했다. 다른 시위자도 총에 맞고 쓰러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실탄에 맞은 시위자 두 명은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고 이 중 한 명은 위독하다”고 전했다. 심각한 부상을 입은 시위자는 21세 남성으로, 오른쪽 신장과 간 부근에 총알이 박혔다. 다른 한 명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 홍콩과학기술대생 차우츠록(周梓樂) 씨가 추락사한 사건을 계기로 격화됐던 홍콩 시위는 이번 사건으로 더 격렬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차우씨는 4일 시위 현장 인근에서 최루탄을 피하려다 주차장 건물 3층에서 2층으로 떨어져 머리를 심하게 다쳤다. 이후 두 차례 수술을 받았으나 8일 숨졌다.

홍콩 학생과 노동계, 시민사회는 이날 차우씨를 추모하는 의미에서 총파업(罷工), 동맹휴학(罷課), 철시(罷市) 등 이른바 ‘3파(罷) 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이 와중에 총격 사건이 전해지자 홍콩 시위대는 정관오, 사틴, 훙함, 몽콕 등 홍콩 시내 곳곳에서 폭력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번 총격 사건을 계기로 6개월째 지속되는 홍콩 시위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홍콩 현지 언론들은 보고 있다. 홍콩 정부가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송환법) 입법을 추진하면서 촉발된 이번 시위는 지난 6월 홍콩 시민 200만 명이 시위에 참여하는 등 반정부·민주화 시위로 확대됐다.

9월 홍콩 정부가 시위대의 5대 요구 중 핵심 요구사항인 ‘송환법 완전 폐지’를 받아들였지만 시위대는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원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한 독립적 조사 △행정장관 직선제 시행 등 나머지 네 가지 요구 사항은 수용하지 않았다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시위 양상은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지난달 31일 4중전회를 통해 홍콩에 강경 대응 방침을 밝히면서 바뀌었다. 통제 강화로 인해 시위 규모는 이전보다 작아졌다. 플래시몹 형태의 시위가 이어졌다. 대신 시위대의 폭력성과 경찰의 무력 진압 수위는 높아졌다. 홍콩의 행정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이 4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만난 뒤 무력진압 강도가 더 세졌다는 분석이다. 시 주석은 람 장관에게 “폭력 활동 진압에 흔들리지 말라”고 주문했다.

시위가 격화 양상을 보이면서 홍콩의 경기침체 우려는 커지고 있다. 홍콩은 지난 3분기 기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내 경기침체에 빠졌다. 소매 판매와 관광이 급감한 탓에 홍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분기 전분기 대비 -0.5%, 3분기 -3.2%를 나타냈다.

이날 오후 4시40분 현재 홍콩 항셍지수는 전날보다 2.77% 내린 26,8883을 기록 중이다. 1% 정도 하락으로 출발했지만 갈수록 낙폭이 확대됐다. 다른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떨어졌다. 상하이, 대만, 싱가포르 등은 모두 1% 넘게 하락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0.14%, 코스피지수는 0.61% 떨어졌다. 환율 시장의 변동성도 커졌다. 원·달러 환율은 9원30전 뛰어 1166원80전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8월 5일(17원30전) 이후 절대 상승폭으로는 3개월 내 최고치다. 다른 아시아 주요국 통화도 일제히 달러 대비 약세를 나타냈다.

심은지/김익환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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